나카무라 유리 별세…드라마 속에 남은 서로 다른 얼굴
배우 나카무라 유리가 9월 1일 세상을 떠났다고 소속사가 밝혔다. 44세에 남긴 영화와 드라마, 지령센터의 관리자부터 관계의 갈림길에 선 여성까지 최근 배역들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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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나카무라 유리(中村ゆり)가 지난 9월 1일 직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4세. 소속사 알파에이전시는 14일 부고를 알리며 가까운 가족과 동료,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장례를 마쳤다고 밝혔다. 영화와 일본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한 그의 마지막 몇 해에는 구급 신고를 받는 지휘관, 가족을 지키는 아내, 새로운 사랑 앞에 선 여성이 함께 남아 있다.
부고가 전해진 14일과 실제 사망일인 1일은 다르다. 소속사는 치료를 받으면서도 일을 이어온 경위를 설명했지만, 유가족 취재와 자택 주변 촬영은 삼가 달라고 요청했다.
치료를 받으며 이어온 배우 활동
알파에이전시는 나카무라가 과거 암 치료 후 호전되어 일을 계속했고, 지난해 다시 암이 발견된 뒤에도 치료와 활동을 병행했다고 전했다. 올해 여름에는 회복에 집중했으나 상태가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7월 13일에는 장폐색으로 NHK 드라마 『데인저러스』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당시 소속사는 치료와 회복에 힘쓰며 활동 재개를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부고에 담긴 8월의 장폐색 재발은 그 이후의 경과다.
공식 출연 기록에는 2025년 연속극과 영화뿐 아니라 2026년 방송된 『119 에머전시 콜』 특별편과 시대극 『오니헤이 한카초 흉검』도 올라 있다. 장르가 다른 작품들이 그의 최근 활동을 채웠다.
신고 전화의 첫 순간을 책임진 ‘119 에머전시 콜’
후지TV 드라마 『119 에머전시 콜』에서 나카무라는 요코하마시 소방국 통신지령센터의 3계 계장 다카치호 가즈하를 맡았다. 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대원이 아니라, 전화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동료들의 대응을 이끄는 인물이다. 구급차나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도 구조의 첫 단계가 시작된다는 작품의 설정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가즈하는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센터 전체를 살피는 관리자다. 동시에 부하 직원들의 관계 문제에는 곤란해하기도 하고, 일터 밖에서는 다른 면을 드러낸다. 긴급한 순간의 직업적 능력과 일상적인 서툶이 함께 있는 역할이다.
같은 작품에서 사토 고이치는 경험 많은 지령관 도지마 신이치를 연기했다. 두 인물은 과거 상사와 부하로 일한 사이로 설정됐다. 지금 조직을 책임지는 가즈하와 현장 경험이 깊은 도지마 사이의 신뢰는 젊은 직원들이 모인 팀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나카무라는 출연을 앞두고 관련 영상을 보며 이 직업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방송사가 전한 그의 설명은 영웅적인 대사보다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팀을 받치는 인물에 가까웠다. 이 배역은 2026년 신춘 특별편 『YOKOHAMA BLACKOUT』으로도 이어졌다. 요코하마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다는 설정 아래, 극중 지령센터는 전례 없는 상황에 대응한다.
‘종막의 론도’에서 맡은 어른의 사랑
2025년 드라마 『종막의 론도―다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에게―』에서는 미쿠리야 마코토를 맡았다. 유품정리사 도리카이 이쓰키를 연기한 구사나기 쓰요시와 함께, 가족과 주변 관계 때문에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사랑을 그렸다. 유품에 남은 기억을 읽는 이야기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선택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나카무라의 배역은 주인공을 돕는 주변 인물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쓰키와 마코토의 관계 자체가 가족과 기업을 둘러싼 갈등 속에 놓인다. 타인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자신의 삶을 결정해야 하는 문제를 함께 안고 있다는 점에서, 지령센터의 관리자를 연기한 『119 에머전시 콜』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방송사가 2025년 12월 공개한 촬영 종료 소감에서 나카무라는 더운 날씨와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배우들을 차분히 지원한 현장에 감사를 전했다. 중요한 역할을 맡겨 준 제작진과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도운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밝혔다. 촬영을 마친 뒤 꽃다발을 들고 웃는 모습은 그 작품의 작업이 끝난 순간을 남긴 기록이다.
함께 공개된 사진에는 구사나기 쓰요시, 구니나카 료코와 나카무라가 나란히 서 있다. 작품 안에서 복잡한 관계를 연기한 세 배우가 촬영 종료를 함께 기념한 장면이다.
넷플릭스에서 만난 나루세 미키
한국 시청자에게는 넷플릭스 시리즈 『さよならのつづき』, 영어 제목 『Beyond Goodbye』의 나루세 미키로 기억될 수도 있다. 2024년 11월 공개된 이 작품에서 나카무라는 사카구치 겐타로가 연기한 나루세 가즈마사의 아내를 맡았다. 넷플릭스는 미키를 몸이 약한 남편을 긍정적인 태도로 지탱하는 인물로 소개했다.
이야기는 연인을 사고로 잃은 여성과, 그 연인의 심장을 이식받은 남성이 만나면서 시작된다. 이 설정에서 아내인 미키는 이미 이어져 온 관계의 한쪽에 서 있다. 새롭게 생기는 인연만 따라가면 놓치기 쉬운, 기존 가족의 시간과 감정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배역이다.
『종막의 론도』와는 사랑을 바라보는 자리가 달랐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관계를 선택해야 하는 마코토로, 다른 쪽에서는 남편과 함께한 시간을 지닌 미키로 등장한다. 주인공의 감정만으로 끝나지 않는 관계를 두 작품에서 서로 다른 배역으로 그렸다.
영화와 무대까지 이어진 기록
나카무라의 공식 필모그래피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기적』을 비롯해 『창가에서』, 『이치코』, 『오니헤이 한카초 혈투』 등이 올라 있다. 텔레비전 작품만으로 그의 활동을 모두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시대극과 현대극, 영화와 연속극을 오가며 서로 다른 규모와 형식의 작품에 참여했다.
수상 기록도 남았다. 『이치코』로 2024년 다카사키영화제 최우수조연배우상을 받았고, 『오니헤이 한카초 혈투』로는 2025년 포르투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무대에서는 2019년 『마호로바』, 2023년 『노래하는 샤일록』 등에 출연했다. 공연에서는 같은 배역을 관객 앞에서 다시 연기하고, 영화와 방송에서는 촬영한 장면을 남겼다. 텔레비전에서 먼저 그를 만난 관객도 소속사의 작품별 기록에서 무대로 이어진 활동을 찾을 수 있다.
나카무라 유리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이름만 길게 나열된 출연 목록보다 관심 있는 배역 하나에서 시작해도 좋다. 직업 드라마라면 『119 에머전시 콜』, 관계의 변화를 다룬 이야기라면 『종막의 론도』나 『Beyond Goodbye』가 출발점이 된다. 재방송이나 추모 상영 소식은 각 방송사·배급사의 공지를 확인하고, 작품은 공식 제공 경로에서 찾아보자.




